
2021-01-01 2021년 3월 31일까지 남이섬 선박운항 시간을 [7:30~21:00]으로 조정합니다.
[이현상의 비즈니스 현장에 묻다] 입력 2020.02.05 00:49
사드로 중국 관광객 이미 크게 줄어
동남아 등 고객 유치 다변화로 극복
정년 80세에 전 직원 정규직화 화제
“직원 신명 나야 일류 서비스 나온다”
전명준 ㈜남이섬 사장(오른쪽)이 산책로를 청소하던 70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이섬은 1차 정년 60세를 넘는 직원도 심사를 거쳐 2차 정년 80세까지 일할 수 있다. 최정동 기자
겨울 평일인데도 섬으로 들어가는 배에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갑판 위 대화는 대부분 외국어다. 유난히 크게 들리는 중국어는 아무래도 기분 탓일까. 승객들은 거의 다 마스크를 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연이어 확진자가 나타나고 있다는 뉴스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명준(58) ㈜남이섬 사장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걱정이 많겠다”고 질문했다. 돌아오는 답이 의외다. “신경은 쓰이지만, 큰 걱정은 않는다.”
Q. 너무 안심하는 것 아닌가.
Q. 중국 관광객이 많지 않나.
남이섬은 대표적 한류 관광지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이 1750만 명(한국관광공사 집계)이었다니 이들 중 7% 가까이 이 섬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강원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60%가 들른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 남이섬도 2015년 메르스와 2016년 사드 사태 때는 타격을 받았다. 특히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빠지자 2017년 매출이 전해보다 10% 이상 빠지고, 영업이익도 반 토막 났다.
Q. 한류도 도움이 됐을 것 같다.
Q. 너무 동남아 일변도는 아닌가.
남이섬 하면 또 하나 화제가 되는 것이 인사제도다. 남이섬 직원의 1차 정년은 60세이지만, 심사를 거쳐 80살까지 2차 정년을 보장한다. 직원 450여명은 모두 정규직이다. 이런 인사 정책은 비정규직 철폐를 강조하는 현 정부가 들어서기 한참 전에 시작됐다.
Q. 직원들 순환 근무도 활발하다고 들었다. 전문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나.
Q. 효율과 능률도 중요할 텐데.
전 사장은 관광업에 대한 정부의 이해 부족과 무관심도 꼬집었다. 말로만 관광정책을 외칠 뿐 실제 현장에서 움직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이섬과 자라섬 사이로 지나가려다 겨우 취소된 ‘제2 경춘선 계획’을 무관심의 예로 들었다. 전 사장은 “2014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일본보다 많았으나 2105년 메르스 사태로 역전당한 뒤 간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각종 투자책과 인센티브 등으로 총력전을 펼치는 일본과 너무 대비된다”고 아쉬워했다.
전명준 사장은 2005년 43세 나이에 입사했다. 국제상사 출신으로 스포츠토토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방황 끝에 ‘평생 몸을 담을 업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남이섬에 지원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니다”는 만류에도 청소나 빨래 같은 바닥 일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역량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조금씩 경영에 발을 들여놓다 결국 2015년 대표로 취임했다. 취임 후 영업장 직영화, 단체 관광 수수료 폐지, 할랄 인증 식당 설치, 인사 시스템 개선 등 변화를 이끌었다. 전 사장은 “전임 강우현 사장이 예술인이자 크리에이터로서 섬의 기반을 닦았다면 나는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조직의 틀을 다지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남이섬은 한류 관광 거점으로 입지를 굳혔지만, 또 한 번 도약이 필요할 때라는 지적도 있다. 수년째 정체되고 있는 매출 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계열사 사업으로 제주도에서 ‘탐나라 공화국’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남이섬의 본질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 전 사장의 의지다. 전 사장은 “다양한 고객의 취향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것이 관광산업의 본질이다. 남이섬은 문화인과 예술인에게 ‘끼’를 발산할 마당을 마련해주고, 손님은 이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문화 누리’로서 남고 싶다”고 말했다.
▲ 남이섬 산책로 한켠에 마련된 종신명예직원 기념 패널
남이섬은 글자 그대로 ‘평생직장’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곳이다. 1차 정년 60세지만 ‘부지런하고 정직한 직원’에게는 2차 정년 80세를 적용한다. 남이섬 관계자는 “몇 가지 평가 기준이 있지만, 근속 연수를 우선으로 고려해 선정한다”고 귀띔했다. 2008년부터는 ‘종신 명예 직원’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80세까지 일하면 퇴사하더라도 매달 8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최근 회사 창립 기념식에서 1939년생 유제근옹
을 9번째 종신 명예 직원으로 추대했다. 유옹은 군 제대 후 남이섬의 전신인 경춘관광개발에 입사해 50년 넘게 청소와 시설 관리 등의 업무를 해왔다. 전명준 사장은 “섬 전체를 자연 친화적으로 운영하려다 보니 경험 있는 어르신들의 일손이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섬 한쪽 산책로에는 종신 명예 직원을 소개하는 ‘명예의 전당’ 패널(사진)이 마련돼 있다.
이현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