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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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유커’ 떠난 빈자리, 누가 채우나 봤더니

최근 크루즈를 타고 제주에 온 유커 3,400여 명이 하선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제주 관광 대신 이들은 쓰레기 2톤을 버리고 떠났다. 사드를 빌미로 한 중국인의 횡포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한 줄기 빛이 비치고 있으니… 바로 동남 아시아와 중동이라는 신흥 시장이다. 최근 크루즈를 타고 제주에 온 유커 3,400여 명이 하선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제주 관광 대신 이들은 쓰레기 2톤을 버리고 떠났다. 사드를 빌미로 한 중국인의 횡포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한 줄기 빛이 비치고 있으니… 바로 동남 아시아와 중동이라는 신흥 시장이다.

구성 및 편집=뉴스큐레이션팀

 

중국의 사드 보복이 노골화되자, 많은 전문가와 언론들은 이번엔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횡포에 맞설 우리의 자세로 ‘시장 다변화 전략’을 들었다. 현재 너무 심화되어 있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관광·화장품 등의 업계에서는 ‘중국 없이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중국의 전방위적인 제재에 맞서 한국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또 향후 성장 가능성은 어떨지, 관광·쇼핑·문화 분야로 나누어 살펴봤다.

 

<관광편>

유커 떠난 자리, 무슬림이 채운다

(왼쪽 큰 사진) 강원도 춘천 남이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관광객들. (오른쪽 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들. (오른쪽 아래) 한복 차림으로 경복궁을 방문한 튀니지 관광객들. /조선 DB
(왼쪽 큰 사진) 강원도 춘천 남이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관광객들. (오른쪽 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들. (오른쪽 아래) 한복 차림으로 경복궁을 방문한 튀니지 관광객들. /조선 DB
/그래픽=이은경
/그래픽=이은경

지난 한 해 한국은 외국인 관광객 1,700만 명 시대를 맞았다. 사상 최고치였다. 방한 관광객 1위는 단연 중국인이 차지했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통계가 있었다. 바로 동남아 관광객의 급증이다. 물론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중 동남아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율(12%)은 중국인 관광객(48%)의 1/3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한국관광공사는 인도네시아·태국 등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한국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인도네시아 관광객은 집계 전년(2015년)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아이돌 그룹 엑소를 모델로 내세운 롯데월드 역시 지난해 20~30% 이상 더 많은 동남아 관광객을 맞았다.

남이섬에 있는 각국의 국기와 인사말. /조선 DB
남이섬에 있는 각국의 국기와 인사말. /조선 DB

#1. 히잡 쓰고 오시네~ 중동의 친구들

지난해 방한 관광객이 급증한 인도네시아는 국민의 90% 가까이가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에 나온 장소를 보기 위해, 한국 여배우가 쓰는 화장품을 사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머리에 히잡만 둘렀을 뿐 중국인 관광객과 다를 바가 없다. 올해는 이러한 무슬림 관광객이 10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국적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를 비롯,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다양화될 전망. 의료 목적으로 한국을 많이 찾는 UAE 관광객의 경우, 1인당 지출액이 1,771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무슬림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위한 한국의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선 한국에는 무슬림들에게 필수인 할랄 인증 음식점과 기도실이 거의 없다. 할랄 인증을 받은 식당은 전국 10여 곳뿐이다. 한국의 주요 명소인 남이섬만이 무슬림을 위한 식당과 기도실을 모두 갖춘 거의 유일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이와 더불어 히잡을 두른 무슬림에 대한 한국인들의 거부감을 해소하는 것도 장차 극복해야 할 일이다.

#2. 유커만 중국인? 우리도 있어요!

찜질방과 캐릭터 매장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조선 DB
찜질방과 캐릭터 매장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조선 DB

기존에 ‘중국인 관광객’이라 하면, 대형 버스에서 내려 우르르 몰려다니는 단체 관광객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올해 초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 동안 한국 곳곳을 채운 건, ‘유커(游客·여행업계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지칭하는 말)’가 아닌 ‘싼커(散客·중국인 개별 관광객)’였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사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가족·친구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러면서 “촌스럽게 단체 관광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싼커’ 덕분에, 사드로 인해 대폭 쪼그라들 줄 알았던 춘제 특수도 살릴 수 있었다. 홍대 부근의 유명 족발집에는 중국인 손님만 하루 700~800명이 몰렸으며, 찜질방·가로수길 등도 호황을 누렸다. 한 중국의 마케팅 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서울의 관광지는 홍대 앞(1위), 이화 벽화마을(5위), 건대 커먼그라운드(11위), 동대문 찜질방(15위) 등이었다.

 

<쇼핑편>

동남아인들이 선택한 잇템, 모두 ‘한국산’

#1. 눈화장 좋아하는 무슬림 여성 공략 중국시장이 전부인 줄 알았던 화장품 업계의 새 바람은, 심적으로 멀게 느껴졌던 중동에서부터 불어오고 있다. 얼굴과 머리, 목을 히잡으로 가리는 중동의 무슬림 여성들은 유일하게 드러나는 부위인 눈화장에 매우 공을 들인다. 이 때문인지 중동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5년 180억 달러(20조6000억 원)에서 2020년 360억 달러(41조20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로 따지자면 15%로, 전 세계 국가 중 최고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중동 여성들의 화장 욕구를 파고들고 있다. 2006년 중동에 진출한 LG생활건강은 이미 현지에서 6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두바이에 1호 매장을 연다. 물론 중동 여성들의 이목구비와 화장법이 한국 여성들과 다르다는 점은 이들 기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중동에서도 한국 드라마 팬들이 늘고 있으며, 고품질의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 박카스·에이스·소주, 그들 입맛에도 딱!

“한국 사람보다 캄보디아 사람이 많이 마시는 한국 음료.” 동아제약의 박카스가 지난해 캄보디아의 ‘국민 음료’로 떠올랐다. 1인당 박카스 소비량(약 3.3L)이 한국(약 1.4L)의 세 배를 뛰어넘는다. 동아제약은 살기 어려웠던 1960년대 한국에서 써먹었던 광고 전략을 캄보디아에 그대로 가져가 성공을 거뒀다. 실제로 캄보디아에서는 “힘내라”며 직장 동료에게 박카스를 건네는 게 인사가 되었다고. 한국 과자와 초콜릿도 동남아·중동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과거에는 알려진 한국 과자가 ‘초코파이’ 정도였지만, 지금은 에이스·쿠크다스 같은 과자들의 인기가 높다. 수치상으로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과자 수출액이 5년간 4배 정도 뛴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몽골·태국 등지에서는 국산 초콜릿의 수출액이 4년 전보다 43% 급증했다. 소주 역시 한류 열풍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상품이다. 소주의 인기가 특히 높은 곳은 베트남·필리핀·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 여기선 현지인들이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소주를 ‘원샷’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소주 ‘참이슬’을 생산하는 하이트 진로의 경우, 지난해 동남아 수출액이 5년 전인 2011년보다 약 6배 증가했다.

 

<문화편>

중국 못 가? 그렇다면 이웃나라 간다

#1. ‘리턴(Return)’ 일본 한류 한국 연예계는 지난해 하반기 내려진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에 다소 당황하는 듯 했지만,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한국의 3대 연예기획사, 즉 SM·YG·JYP엔터테인먼트가 중국을 대신해 선택한 길은 ‘리턴(return) 일본’이다. 한 번 좋아하면 끝까지 좋아하는 특성이 있는 일본의 연예 시장은 중국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뜨겁게 반응하고 있는 건 한국의 걸그룹 ‘트와이스’의 현지 데뷔다. 아직 활동을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트와이스는 이미 유명인사다. 지난해 히트한 노래 ‘TT’의 안무를 여러 일본 연예인이 따라하며 신드롬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트와이스의 데뷔를 앞두고 도쿄의 대형 쇼핑센터, 하라주쿠역 등 번화가에 트와이스의 사진이 내걸렸다. SM과 YG엔터테인먼트도 각각 보이그룹 ‘동방신기’와 ‘위너’를 내세워 일본 시장에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2. 중국보다 더 큰 가능성 있는 제3 국가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이 중국에서 연이어 히트하면서, 사실상 드라마 한류의 초점이 중국에만 맞춰졌었다. 그러나 살펴보면, 중국 외에도 한국 드라마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국가는 여럿 있다. 2003년 ‘대장금’과 2006년 ‘주몽’을 방영해 현지서 80%가 넘는 시청률을 올렸던 이란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한국이 중동 한류붐의 시초인 이 곳에서 한복을 입고 무용극도 펼쳤다. 뿐만 아니라 쿠바 등 남미 국가에서도 이민호·박신혜 등 한국 배우들의 인기가 높다. 중요한 건 이들의 한국 드라마 사랑이 TV를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며 생긴 관심을 한글, 국악, 태권도 등 문화 전반으로 확장한다.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중국 한류 팬들과는 다소 다른 성향이다. 실제로 동남아·중동 등지에는 한국어 열풍이 거세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국어 학당은 시험을 치러야 입학할 수 있으며, 이란 테헤란 학당의 경우 경쟁률이 4:1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동남아와 중동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의 것’에 소비하게 만드는 건 분명 한국의 힘이다. 또한 중국의 괴롭힘을 받는 현 상황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을 당장의 돈벌이를 위한 ‘시장’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곤란하다. ‘꿩(중국) 대신 닭’이 아니라, 중국과는 별개로 장기적인 경제 동반자로 나아가려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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