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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운] 남이섬 24절기 입춘(立春), 마음의 빗장을 푸는 열쇠

김종선 기자 / 승인 2019.02.03 15:57

 

남이섬 호반새_01
강바람은 아직 매웠다. 바람을 가르며 떠난 뱃길은 짧고 강물은 잔잔하다. 경기도 가평읍 달전리 가평나루에서 출발한 배가 섬에 닿으면 강원도 춘천에 다다른다. 배를 타고 물 위에서 도계를 넘는다니. 떠나온 자리를 그리워할 짬도 없이 잠깐이다. 배 안에는 동남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갑판위에서 들려오는 낯선 언어들 덕분에 잠시 아주 먼 나라에 와 있는 착각마저 들었다. 배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본래 강물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강물은 북쪽 의암댐과 남쪽 청평댐 사이에 갇혀있다.

남이섬은 북한강 남쪽 강물을 막아 청평호가 생기면서 오롯이 섬이 되었다. 청평댐이 완공된 게 1944년, 그 전에는 섬 동쪽 춘천시 남면 방하리에 이어져 있던 땅이 큰물이 질 때만 잠시 섬이 되었다고 한다. 남이섬 입구에는 ‘입춘대길문’과 ‘남이드날문’ 사이에 커다란 고목이 수문장처럼 버티고 있었다. 입춘대길문의 입춘은 봄이 아니라 춘천(春川)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2월의 나무가 가진 것은 해묵은 갈잎과 말라붙은 열매나 쭉정이 그리고 겨울눈이 전부다. 잎을 버린 겨울나무가 텅 빈 알몸 같지만 가지에는 여전히 수많은 정보가 매달려 있다. 이 정보를 읽고 찾아온 것인지, 겨울철새들은 남이섬에 둥지를 틀고 이미 섬살이에 적응한 듯 보였다. 완연한 봄이 오면 이곳을 떠나 북쪽으로 날아가겠지.

남이섬은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희귀한 새들이 많다. 오색딱따구리, 직박구리, 동고비 등 약 4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50여년전 남이섬에 나무를 심어 가꾸신 민병도 선생은 오늘날과 같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섬이 될 것을 알고 있었을까. 선생은 “푸른 동산 맑은 강은 우리의 재산, 성심껏 다듬어서 후손에게 물려주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세워 남이섬에 수천 그루 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선생은 “섬에 새가 많았으면 좋겠다. 개발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실 만큼 남이섬을 사랑했고, 자연은 정직하게도 수천 그루의 나무와 동화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섬이 되었다.

하루하루 해뜨는 시간이 빨라지고 햇살이 머물다 가는 낮의 길이도 길어지고 있다. 한파주의보가 내렸고 밤사이 강물은 다시 얼어붙을 것이다.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져도 입춘이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진다. 이것은 사람들 마음에 이미 빗장이 풀렸기 때문이지 않을까. 봄은 봄을 떠올리는 이에게만 봄이다.

남이섬 입춘_01(ⓒ사진동행)

남이섬 입춘_02(ⓒ사진동행)

남이섬 입춘_03(ⓒ한국사진영상)

남이섬 탐조여행_01

남이섬 흰눈썹황금새_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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